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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는 물끄러미 핸드폰만 보다가 연필을 내려놓고 손을 뻗었다. 핸드폰 액정을 켰다. 부재중 전화도,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도 없다. 언젠가 화실에 두었던 작약을 찍은 사진이 액정 가득하였다. 그 여리고 연약한 꽃잎이 액정화면 속에 생생히 살아있었다. 연화는 괜히 액정을 손끝으로 문지르다가 곧 다시 액정화면을 껐다. 

 [언제든 괜찮으니 휼씨가 원하는 때로 해요. 한가하다면 지금도 괜찮고.]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는 그거였다. 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휼에게 있어 단지 그 기묘한 악몽에서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후원을 해준다는 얘기는 그에겐 달콤하나 꺼림칙한 것이었을 터다. 더구나 그 상대가 아라크네, 도연화라면.

 연화는 어떻게 하면 휼에게 편안한 상대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처음 마주쳤을 때 그 반응을 떠올리면 지금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좋지. 휼을 둘러싼 그 껍질은, 그 거리는 대체 뭘까. 아직의 연화에겐 알 도리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성급히 다가갈 생각은 없었다. 시간은 많았으므로. 하지만 공연히 조바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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