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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는 책을 내려놨다. 너무 많이 읽어서 일 년 새 책 끄트머리가 희미하게 닳아버렸다. 별것 아닌 시 하나. 그러나 별것이었다. 연화는 물끄러미 시집의 표지를 바라보다가 곧 시선을 돌렸다. 앞에는 캔버스가 놓여있었다. 남자의 등을 그린 스케치가 있었다. 연화는 연필을 쥔 채 그걸 가만히 보기만 했다. 손을 들어 스케치를 더 할 법도 한데 그저 가만히 그것을 보고만 있었다. 쉬이 손댈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보다 아름다울까? 이미 아름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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