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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연화는 무슨 일을 해도 후회하지 않았다. 늘 가장 원하는 일을 했고, 그렇기에 후회하지 않았다. 후회한다면 자신의 선택을 부정하는 일이었다. 연화는 자신의 선택을 부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후회도, 미련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 그 모든 것이 후회되는가.

 사람을 만난 탓이다. 거미는 모든 걸 먹이라고 생각했다. 온화하고 연약한 꽃으로 장식하고, 그 뒤에 숨어서 사람인 척 구는 괴물이었다. 연화는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은 사람을 해쳐선 안 됐다. 그렇지만 괴물은 사람을 해쳐도 돼. 괴물이니까. 자신은 괴물이었고, 거미였다. 연약한 겉가죽 아래 새겨진 것들이 얼마나 피비린내 나는 건지 스스로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랬기에 후회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사람을 만났다. 먹이인 줄 알았건만 사람이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서워서 싫다고 하는데도 붙들고 싶었다. 함께 있으면 조금은 자신이 사람 같았다.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에 취해 자꾸만 곁에 두고 싶었다. 그러면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때는 늦었다. 괴물은 기어이 사람을 물어뜯었다. 아프게, 고통스럽게 그의 살을 가르고 꽃으로 장식하며 웃었다. 그 얼마나 끔찍했을까. 후회해본들 늦은 일이었다. 허나, 사실은 후회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꽃으로 장식한 그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재료가 풍족하지 않아 한 것이 얼마 되지도 않건만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정신 나간 예술가 아라크네는 그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역작이라고 여겼을 터다. 하지만 가슴 한 켠은 서늘했다. 다시는 그 웃는 얼굴을 볼 수 없겠지. 다시는 함께 춤출 수 없겠지. 당연한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아무리 악마의 공간이라도, 죽은 몸도 되감아 살려내는 세계라도 기억은 되돌릴 수 없었다. 거미의 일면을 보았으니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같은 태도로 자신을 대했다. 그래서 착각했다. 상처받지 않았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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