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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는 휼과 고작 다섯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거울에 휼의 뒷모습과 그 너머에 서 있는 연화가 보였다. 가벼운 시폰 원피스를 입고 얌전히 선 아가씨. 연화는 거울 너머의 자신을 보다가 곧 다시 휼을 보며 빙긋 웃었다.

 “고백할게 있어요.”

 지금 상황에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너무도 뜬금없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개연성 있게만 돌아가던가? 맥락없이 찾아드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고백할 게 있다는 말에 휼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 그렇겠지. 고백이라니. 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지. 이 관계가 어색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젠가 말할 것이었다. 미루고 미루면 결국 말하지 못할 것. 그럴 바엔 처음에 말해버리는게 나았다. 더구나 그와 자신은 지금 계약으로 묶여있다. 그렇다면 조금은 과감하게 내딛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거미줄을 쳤다.

 

 연화는 웃었다. 꽃처럼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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