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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네.”

 휼과 연화의 후원 계약서에는 연화가 요구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반복적인 요구사항은 댄스 레슨이었다. 연화는 몸치였지만 그 악몽 속에서 잠깐이나마 휼에게 왈츠를 배웠다. 더듬더듬 스텝을 밟아가는 것은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그는 꽤 잘 가르쳤다. 몸치인 연화는 자신이 과연 왈츠를 출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그의 인도로 더듬거려도 왈츠를 출 수 있게 됐다. 계약서에 춤을 가르쳐달라는 요구사항을 넣은 것은 단순히 그와 시간을 보내기 위한 핑곗거리보다는 정말 그에게 춤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마침 연화의 친구 중에는 무용을 하는 이가 있었고, 연화는 그녀에게 부탁해 레슨실을 빌렸다. 친구가 운영하는 레슨실은 최근에 오픈해 꽤 크고 깔끔했다. 앞으로 이곳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본래라면 이곳에는 첫 레슨일에 찾아올 예정이었지만, 휼이 레슨실을 먼저 구경하고 싶다고 한 말에 오늘 찾아왔다. 친구는 천천히 둘러보고 가라며 자리를 비켜줬다. 연화는 레슨실의 마룻바닥을 살살 디뎠다. 나무로 만들어진 마루는 매끈했다. 맨발로 디뎌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오늘은 스타킹을 신고 와 어려웠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거울도 인상 깊었다. 휼은 안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연화는 물끄러미 그가 하는 걸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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