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몰라 시 전집을 골라잡았었다. 시인의 이름은 알았다. 백석. 그러나 시의 제목도 모르고, 아는 것은 한 구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리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겨 무작정 읽었다. 미련한 짓이었다. 그러나 중간쯤 읽었을 때 찾았다. 수라. 익숙한 구절이 이어졌다.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날인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시 문 밖으로 쓸어 벌인다.
연화는 거기 한 구절 읽고 중얼거렸다. 거짓말쟁이. 나머지는 같이 읊자고 해놓고 뒤 구절은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얼마나 대단하고 긴 구절인가 했더니 짧은 구절이 이어졌다.
차디찬 밤이다.
bottom of page